논어 안연편 12-17문장에서 노나라 실권자 대부 계강자가 공자님께 정치를 물으니<계강자문정어공자季康子問政於孔子> 공자님 말씀에<공자대왈孔子對曰> “정치는 바름이니라.<정자정야政者正也> 그대가 바름으로써 솔선하거늘<자솔이정子帥以正> 누가 감히 바르지 않으랴.<숙감부정孰敢不正>”
이 말을 좀더 쉽게 풀어쓴 글이 묵자墨子 권12 공맹公孟편 48장에 고자와 묵자와의 대화에도 나오는데 고자가 묵자께 말한다.<고자위자묵자왈告子謂子墨子曰> “나는 나라를 다스려 정치를 잘할 수 있습니다.<아치국위정我治國爲政>”
이에 묵자는 말한다.<자묵자왈子墨子曰> “정치란<정자政者> 입으로 말한 것을<구언지口言之> 반드시 몸으로 실천함이지요.<신필행지身必行之> 그런데 그대는 지금 입으로 정치를 말하면서<금자구언今子口言>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니<이신불행而身不行> 이는 그대의 몸을 어지럽히는 것이라오.<시자지신난야是子之身亂也> 그대의 몸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거늘<자불능치자지신子不能治者之身> 어찌 나라를 다스리는 정치를 한단 말이오.<오능치국정惡能治國政> 그대는 당치않은 생각을 버리시오.<자고망子姑亡> 그대의 어지러워진 몸부터 다스리시오.<자지신난지의子之身亂之矣>”
그래도 여전히 속이 덜 풀렸던지 묵자는 귀의貴義편에서 이렇게 쐐기를 박는 말을 한다. “말을 족히 옮기어 실천할 수 있다면 늘 말해도 되지만<언족이천행자상지言足以遷行者常之> 실천할 수 없다면 말은 해서는 아니되오.<부족이천행자이상不足以遷行者而常> 실천하지도 못하면서 늘 말을 해댄다면<부족이천행이상지不足以遷行而常之> 그것은 입만 닳게 하는 짓이라오.<시탕구야是蕩口也>”
정치를 한다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나라 안 백성을 다스리는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스리는 일이라는 것은 백성에게 안정된 삶을 주는 행위이다. 백성에게 안정된 삶을 주는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백성들로부터 인정을 받아내는 일이다. 맹자이루장구상7-9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맹자님 말씀에<맹자왈孟子曰> 걸왕과 주왕이 천하를 잃은 것은<걸주지실천하야桀紂之失天下也> 그 백성을 잃은 것이며<실기민야失其民也> 그 백성을 잃었다는 것은<실기민자失其民者> 그 백성의 마음을 잃었다는 것이다.<실기심야失其心也>”
위징은 편청즉암偏聽卽闇이라고 말했다. 많은 의견을 들으면 생각은 밝아질 것이며 한쪽으로 치우친 말만 들으면 생각은 고루해진다는 말이다. 시경詩經에는 “언자무죄言者無罪 문자족계聞者足戒”라 했다. 정치하는 사람이 정치를 제대로 못할 때 백성들은 무슨 말이든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데 그런 말에 대해서 백성의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이며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러한 백성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를 경계하라는 말이다.
국정을 운영한다거나 백성을 다스리는 일에는 일정량 공부가 필요하다. 이는 어려서부터 뜻을 세워야만 가능한 일이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공부를 해왔다. 그중 한 분을 들라면 율곡 이이 선생님을 들수있는데 율곡공께서는 공자님으로 그 기준을 삼았고 실천공부로는 맹자님처럼 공부했다는 분이시다. 알든 모르든 그저 눈만 뜨면 책을 읽고 쓰고 외우기를 많이 반복하셨다고 한다. 물론 그 시대 사람들의 공부법이라는 것이 뭐 특이한 것은 없다. 비법이라든가 족집게공부법이라든가 하는 것은 애시당초 없었다. 그저 묵묵히 미련하다싶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게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다.
어려서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나지 못해 공부가 부족하면 함량미달은 물론이요 옳고 그름의 판단조차도 흐린 맹추가 된다. 대다수 그렇게 성장한 자는 바르지도 못하다. 그런 자가 나라와 고을을 다스리게 되면 고을 백성은 힘들고 나라는 시끄러워진다. 이런 일이 닥칠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라도 왕의 아들이든 관료의 자식이든 사대부가의 자손이든 가릴 것 없이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많은 공부로 자신을 복종시켜 오는 거다. 고래로 치세는 공부한 군자로부터 나오고 난세는 공부 덜한 소인으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혹독하게 많이 한 공부로 누구는 임금으로, 누구는 관료로 성장하여 그간 배워온 공부로 나라와 백성 모두를 편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