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의 장편소설 『태평천하』의 주인공인 윤직원 영감이 삼십 년 동안 아침마다 시행했다는 건강법이 매우 독특하다. 자신이 눈 오줌을 그 자리에서 받아 눈을 씻고, 이어서 남의 오줌을 받아 놓은 걸 마시곤 했다는 거다. 눈을 씻을 때는 자신의 오줌을 사용하고, 마시는 건 왜 남의 오줌을 이용할까? 잠시 소설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여느 오줌은 아니고 동변(童便)이라고, 음양을 알기 전의 어린애들의 오줌입니다. …윤직원 영감은 빨병에서 오줌을 따르는 동안, 삼남이는 마침 생을 한 뿌리 껍질을 벗깁니다. 이건 바로 쩍쩍 들러붙는 약주술로 해장이나 하는 듯이, 쪽 소리가 나게 오줌 한 잔을 마시고, 이어서 두 잔, 다시 석 잔, 석 잔을 마시자 삼남이가 생 벗긴 것을 두 손으로 가져다 바칩니다.”
인용문에 나오는 ‘빨병’은 요즘은 거의 안 쓰는 말이지만, 물을 담는 수통을 말하는 것으로 끈을 달아 어깨에 멜 수 있도록 만들었다. 동변(童便)이 국어사전에 나온다.
동변(童便): <한의> 12살 이하인 사내아이의 오줌. 두통, 학질, 번갈(煩渴), 해수(咳嗽), 골절상, 부기(浮氣) 따위에 쓴다.
동뇨(童尿)라고도 하지만 이 낱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하필이면 12살 이하 사내아이의 오줌을 약으로 쓰는 이유는 아직 음양(陰陽)을 모를 때의 나이라 오줌에 맑은 기운이 서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동변(童便)이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과 조선 시대 허준의 『동의보감』에 약재로 올라 있다. 하인인 삼남이가 껍질을 벗겨 바치는 생은 생강을 말하며, 오줌의 지린내를 가시도록 하기 위한 입씻이 용도였다.
오줌을 그냥 마시기도 하지만 특별히 제조해서 먹는 방법도 있었다.
추석(秋石): <한의> 어린아이의 오줌을 고아서 정제한 결정물. 야뇨증, 유정(遺精), 소변 백탁 따위의 치료에 쓰인다.
추석을 만드는 방법은 꽤 까다롭다. 동변을 커다란 동이에 넣고 물을 타서 오래 저어 그대로 놔두면 탁한 찌꺼기가 고인다. 이 찌꺼기를 모아 다시 같은 방법으로 열 차례 정도 반복한 후에 남은 찌꺼기를 햇볕에 말리고, 거기에 첫아들을 낳은 산모의 젖을 넣고 반죽해서 다시 말리기를 여러 차례 하면 하얀 결정체가 남는데, 이렇게 해서 얻은 게 바로 추석(秋石)이다.
오줌이 약재로 효험이 있긴 한 걸까? 학교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남자 화장실에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놓아 두고 거기에 오줌을 누도록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모은 오줌 성분을 이용해 혈전증을 치료하는 데 쓰는 우로키나아제(Urokinase)라는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오줌을 허투루 볼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국어사전에는 ‘환원탕(還元湯)’이라는 낱말이 사람의 오줌을 약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와 함께 실려 있다. 환원탕은 『동의보감』에 추석(秋石)의 약효를 설명하며 ‘眞還元衛生之寶也(진환원위생지보야)’라고 한 대목에서 따왔다. 진실로 원기를 돌아오게 하는 위생의 보배라는 뜻이다. 가을의 돌이라는 뜻으로 추석(秋石)이라 한 것이나 환원탕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오줌을 미화해서 표현한 옛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아무 데나 오줌을 흘리지 말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