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022년, 2024년.
서천군 농민들은 세 번째 논을 갈아엎었다.
할 일 다 끝내놓고 수확만 하면 되는 시퍼런 벼를 땅 속으로 짓이겨넣었다.
1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달라진 것은 눈가의 주름과 더욱 굽어진 등.
시퍼런 색 넘실대는 들판도, 쌀값 보장하라 목청 터지게 외치는 목소리도 달라진 것은 없다.
비단 10년만일까.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농민값이 똥값인 건 마찬가지, 달라진 것은 없다.
1년 생산량의 10%에 달하는 40만 8천톤이라는 엄청난 양을 매년 들여오는 수입쌀도, 그 수입쌀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괴상망측한 논리도, 경쟁력 없는 농업은 줄여야한다는 논리도 그대로다.
그래도 대파 850원이 합리적 가격이라는 논리는 새로 만들어졌다.
2022년 논을 갈아엎을 때 30년, 40년만의 쌀값 대폭락이라 했다.
2024년 현재는 2022년보다 쌀값이 더 떨어지고 있다. 오로지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논리만으로 논할 수 있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엄청난 양의 수입쌀로 인한 왜곡된 시장이 만들어져버려 그 누구도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 그저 작년 정부에서 줬던 ‘나락값 20만원선 사수’ 같은 시그널로만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는 정부에서 ‘쌀은 천덕꾸러기’라는 말만 했기에 지금 같은 대폭락이 있다고 본다.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까 미래를 그려본다.
10년을 농민운동 현장에서 함께 싸워온 30대 후반의 청년농민으로서는 개인적인 창창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밋빛 미래는 농촌과 농업의 희생, 소멸을 바탕으로 한 외톨이의 모습으로 귀결된다.
농사는 혼자 지을 수가 없다. 아무리 기계화가 되어도, 스마트팜을 도입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1천평의 농사도 감당하기 벅차다.
이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
기후위기다, 소멸위기다, 농업과 농촌은 온갖 위기에 시달려왔다.
지금은 위기가 아니라 현실이 되었다. 현 추세대로라면 농촌의 20년 후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30년 후는 면 단위에 사는 사람이 아예 없는, 문자 그대로의 지방소멸이다.
일단은 올해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보자. 해결할 수 있게 도와보자.
그래야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다.
부디 젊은 청년농민이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다시는 논을 갈아엎지 않아도 되는 농업과 농촌을 만드는 일에 같이 힘써주시길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