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백성을 부자 되게 해야 한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백성을 부자 되게 해야 한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10.03 13:07
  • 호수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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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농 송우영
우농 송우영

논어에서 공자님께서 만난 인물을 들라면 대략 156명에 이른다. 대체로 공자님의 제자라 하면 삼천 명에 이르는 제자가 있다 하며, 그중에 육예에 통달한 제자만도 72명에 이른다. 그중에 각 분야에 빼어난 제자를 들라면 공문십철이 그들이다.

논어선진편 11-2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께서 어느 날 인가에 제자들을 불렀는데<자왈子曰> 진나라와 채나라까지 공자님과 함께 숙식하고 고생을 하며 따르던 제자들이 다 오지를 못했던가보다 이에 공자님께서는 서운하신 심정으로 이렇게 말씀하신다. “진나라 채나라에서까지 나를 따르던 자들이<종아어진채자從我於陳蔡者> 지금은 다들 내 문에 이르지 못했구나.<개불급문야皆不及門也>”

그러면서 열 명의 어진 제자를 일일이 말씀하셨는데 덕행德行에는 안연顏淵, 민자건閔子騫, 염백우冉伯牛, 중궁仲弓이 있으며, 언어言語에는 재아宰我, 자공子貢이 있으며, 정사政事에는 염유冉有, 계로季路가 있으며, 문학文學에는 자유子游, 자하子夏가 있다.

열 명의 제자들의 특징을 들라면 모두가 공부에 혁혁한 애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계로<자로>의 경우는 공자님이 가장 사랑하는 수제자로 말 그대로 동네 불량배 출신이다. 그런 그가 그런 생활을 청산하고 유복을 입고 유자가 된 것이다. 자로는 공부하고는 영영 담쌓고 살 사람 같아 보였으나 그 내면에는 공부로 자기를 수신한 걸출한 인물이다.

이런 자로를 향해 공자님은 칭찬을 아끼지 아니하셨다. 논어 공야장5-6문장의 기록은 이렇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도불행道不行> 나는 차라리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니라.<승부부어해乘桴浮於海> 그럴 때에 나를 따를 자는 자로니라.<종아자기유여從我者其由與>”

공자님께서 제자 자로를 한껏 믿어주는 장면이다. 또 논어 공야장5-13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자로는 가르침을 들으면<자로유문子路有聞> 그 가르침을 능히 행하지 않았는데<미지능행未之能行> 또 가르침을 들을까봐 두려워했나니<유공유문唯恐有聞>” 풀어 말하면 자로는 공자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면 그것을 생활 속에서 모두 실천하지도 못했는데 또 다른 가르침을 받을까 봐 두려워했다 한다. 이는 자로가 공자님의 가르침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지를 못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로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체계적으로 해온 사람이 아니다. 대대로 가난을 세습하며 살았던 탓에 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처지였다. 사실 백성이 가난한 것은 임금이 무능하던가 임금 주변에 임금의 눈과 귀를 막는 간신배들이 있던가이다.

논어 자로13-9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께서 위나라에 가심에<자적위子適衛> 염유가 수레를 몰았다.<염유복冉有僕> 위나라에 들어서자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백성이 많구나.<서의재庶矣哉> 염유가 물었다.<염유왈冉有曰> 백성이 많으면<기서의既庶矣,>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우하가언又何加焉>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 부자 되게 해주어야 한다.<富之> 염유가 다시 물었다<염유왈冉有曰> 이미 부자가 됐으면<기부의既富矣>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우하가언又何加焉>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가르쳐야 한다.<교지教之> 여기서 부지교지富之敎之의 고사가 생겨난다.” 모름지기 정치하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먼저 잘살게 하고 나서 가르치라는 말이다. 이 말은 훗날 선부후교先富後敎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의 임금들은 백성을 부자 되게도 안 할 뿐 아니라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당시에 백성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고향 땅을 버리고 국경을 넘는 일도 허다했다.

섭공이 다스리는 섭땅에 백성들이 자고 나면 없어지는 통에 이대로 가다간 나라가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 그래서 공자님께 물었다. 그러자 공자님은 이렇게 답한다. “가까이 있는 백성을 기쁘게 해준다면<근자열近者說> 멀리 달아난 백성들도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원자래遠者來-논어자로13-16>”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치의 덕목 첫째는 백성을 잘 살게 하는 것이다. 백성을 잘살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경전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 것도 그 중 한 방편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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