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님의 농담,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
■ 송우영의 고전산책 / 공자님의 농담, 닭 잡는 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11.13 21:03
  • 호수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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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우영
송우영

공자님의 공부법에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수신과 출사이다. 공부하여 출사할 것인가 아니면 공부하여 수신에 머무를 것인가. 수신하고자 한다면 그 공부는 길게 해야 할 것이고 등과하여 벼슬에 나아가겠다면 짧은 시간에 모든 공부를 마쳐야 한다.

당시에 공자님의 제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 출사했다. 물론 자로처럼 30세 중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출사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다수의 제자들은 20대 초반이면 이미 출사하여 벼슬이 고을 수령에 이른 자들이 많다. 그중에 하나가 자유라는 제자인데 자유子游는 상숙常熟 사람으로 이름이 언언言偃이며 자는 자유子遊이며 숙씨叔氏이다. 공문 72현 중에 유일하게 남방출신 제자이다. 또한 공문십철에 드는 인물로 특히 문학에 밝은 제자이다. 공자님보다는 45세 연하이고 예학을 공부했으며 24-5세 무렵에 무성 땅의 읍재를 지낼 정도였으니 상당히 똑똑한 제자임에 분명했으리라.

논어 양화편 17-4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께서<> 무성 땅에 가시니<지무성之武城> 현악기 소리를 들었다.<문현가지성聞弦歌之聲> 공자님께서 빙그레 웃으시며 <부자완이이소夫子莞爾而笑> 말한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는가.<할계언용우도割雞焉用牛刀> 자유는 말한다<자유대왈子游對曰> “옛날 제가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는데<석자언야문저부자왈昔者偃也聞諸夫子曰> 군자가 도를 배우면 남을 사랑하고<군자학도즉애인君子學道則愛人> 소인이 도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라고 했습니다.<소인학도즉이사야小人學道則易使也>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제자들아<이삼자二三子> 언의 말이 옳다.<언지언시야偃之言是也> 좀 전에 했던 말은 농담이었느니라.<전언희지이前言戱之耳>”

여기서 할계언용우도割雞焉用牛刀라는 고사가 나온다. 소설 삼국지에도 이 고사를 인용하는데 동탁의 횡포에 제후들이 원소를 좌장으로 반동탁 연합군을 결성한다. 이에 동탁은 삼국지 최고 방천화극의 맹장 여포로 하여금 반동탁 연합군을 치라 하니 화웅이 나서 말하기를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소장이 나서 적을 쓸어버리겠습니다하고 종횡무진 적진을 파고드니 연합군 측에서는 순식간에 많은 장수들이 목이 잘려나갔다.

사기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반동탁 연합군 측은 상대할 장수가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데 마궁수 출신 관우가 나서며 그의 목을 베어오겠다며 호언한다. 이에 조조는 기뻐하며 방금 데운 술 한 잔 따라주는데 관우는 갔다 와서 마시겠노라며 술잔에 술이 식기 전에 다녀오리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청룡언원도를 비껴들고 적장을 향해 달려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을 베어버렸다. 그리고 돌아와 술잔을 들고는 음 아직 술이 식지 않았군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좀 전에 놔두고 간 조조가 따라준 술을 마셨다.

공자님께서 무성땅의 읍재로 있는 제자 자유에게 할계언용우도割雞焉用牛刀라는 말을 한 것은 작은 고을 다스리는데 무슨 큰 나라에서 다스리는 예와 악을 쓰느냐. 이건 좀 지나친 정치 아니냐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성땅 읍재 자유는 공자님의 이 말씀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이에 즉시로 따지듯이 말한다. 공자 선생님께서 평소에 가르치실 때 나라를 다스리는 윗사람이 예악을 배우면 백성을 잘 인도할 수가 있고, 또 백성들이 예악을 배우면 예악을 통해 백성들은 어느 정도 수준에까지 기본 지식과 소양이 갖추어지기 때문에 나라 다스리는 윗사람이 백성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면 백성은 쉽게 알아듣기에 백성이 예악을 배우면 부리기가 쉽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라를 다스리는 윗사람은 윗사람대로 예악을 배워야하고 백성은 백성대로 또 예악을 배워야 합니다.”라며 꼬치꼬치 묻고 따지고 드니 공자님께서 달리 변명할 말이 옹색해지신 것이다.

이에 공자님은 승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말한다. 제자들아 자유 언언의 말이 옳다. 좀 전에 내가 했던 할계언용우도割雞焉用牛刀라는 말은 농담이었느니라. 바로 이런 점이 공자님의 인간적인 면모이다. “네 이놈! 네가 뭐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느냐,” 라는 식의 꾸지람이 아니라 그렇구나 네 말이 옳다.” 라고 제자를 키워주는 스승이셨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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