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왜 중요한 순간에 어리석은 선택을 할까. 예를 들면 대통령 선거나 전쟁에 대한 결정 같은 것을 보면, 사람들은 무엇이 더 나은지를 알면서도 굳이 최선을 선택하지 않고 무언가 다른 선택을 하는 것 같아. 이런 심리를 설명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실제로 인간이 비이성적이거나 스스로 최선이 아닌 것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일 때,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들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인지적 한계, 정보 부족, 시간적 제약 때문에 완전히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충분한 검토를 하기 전에 ‘이만하면 됐어’라고 결론을 내린다는 이론이죠. (허버트 사이먼, ‘경계합리성’)
둘째, 사람들은 생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신속히 결정하기 위해 자신의 직관과 편견에 의존해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이론입니다. (다니엘 카네만, ‘전망 이론’)
셋째, 사람들에게는 의사결정을 왜곡시키는 편견이 수십 가지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를 선호하고, 현상을 바꾸지 않는 쪽을 선호하고, 여기에 자기 생각이 옳다는 고집들이 작용해서 상황을 새롭게 보지 않으려는 심리가 작용합니다. (인지적 편견)
넷째,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면서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많은 감정게임에 휘둘리기 쉽죠. 이런 심리를 이용해 여론조사나 선전선동(여론조작을 포함한) 등으로 사람들의 선택과 역선택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게임이론)
다섯째,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작은 단위의 집단을 지어 살며 진화해왔습니다. 자신이 속한 작은 무리의 이익을 따르는 데 익숙합니다. 지구 온난화나 지정학적 전략 같이 거대한 단위에서 판단해야 하는 경우에도 자기 무리의 이익, 눈앞의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가 남이가?’ 한 마디에 국가나 사회의 문제 같은 건 간단히 잊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지도자를 선택할 때 사람들은 순수한 합리적 판단보다는 집단사고, 또는 정신적 리더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정서적 호소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 이해가 되네. 사람들이 중요한 선거에서 왜 바른 선택을 내리려고 최선을 다하지 않는가를 알겠어요. 특히 ‘이만하면 됐어’라는 설명은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해. 먹고 살만하니까 정치나 투표 따위는 관심 가질 필요도 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현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진지한 고민을 하더라도, (고대 플라톤이 우려했던 것처럼) 결국은 고민을 성가셔하는 게으른 대중의 평균적인 의견에 따라 결론이 나고 말거든. 그런 행동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자기 일상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데.
“인간은 가만히 있어서 생기는 손실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면 되도록 가만히 있으려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현상편향). 이런 손실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커지는 경우엔 아예 알아채지도 못합니다. 그러니까 선거에서는 국가나 사회의 미래를 위한 거시적이고 신중한 비전과 투자약속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 이익을 제안하는 소소한 약속이 더 호소력 있고, 후보들도 여기에 매달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것입니다.
‘정보화 시대’라 해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크게 높아졌지만, 그에 따른 소음도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가짜 정보들의 소음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정보 선택의 능력이 마비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판단 정지가 오게 됩니다. 인공지능이 복잡한 정보의 진위를 가려주고 전문가 패널이 주요 의사결정을 안내하는 하이브리드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건 어때요?”
정치가 어지럽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몰아내야 한다고 또 다시 촛불을 든다. 여러 면에서 실망스러운 대통령인 건 맞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사람들은 왜 애당초 이런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던 걸까. 심란한 마음에 인공지능(AI)을 불러 문답을 나눠봤다. 왜? 사람들은 왜 충분히 현명한 선택을 못하는 것이냐고.
인간 사회의 행정기능도 사법기능도 결국은 인공지능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 날이 이미 닥쳐온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