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시대에는 마산현에 속했던 기산면 황사리는 오래된 자연 마을이다. 고려시대에 이곳에 ‘황사(黃寺)’라는 절이 있었다. 마을 이름은 여기에서 나왔다. ‘누른절’이라고도 한다. 숭정산과 평행으로 뻗어내린 나지막한 산자락에 오순도순 가옥들이 포근하게 안겨있다.
이같은 마을에 평화가 깨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월 중순경부터이다. 한 사업자가 황사리 115-4번지에 전체면적 585㎡ 규모의 톱밥공장을 신축하겠다며 군청 도시건축과에 건축허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건축허가 신청서에서 목재 제재소에서 발생한 부산물과 벌채 및 간벌 과정에서 발생한 나무 80여 톤을 매일 들여와 파쇄해 축사 등에 공급하겠다고 적시했다.
기산면은 톱밥공장 예정지인 기산면 황사리 주민들에게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도시건축과의 업무협조 요청에 따라 주민 의견을 수렴했지만 이를 찬성하는 주민은 한 사람도 없었다.
마을 주민들은 ‘황사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톱밥공장 반대 운동’에 돌입했다. 10월 16일 오후 주민 등 100여 명은 2시 군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황사리 톱밥공장 설치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또한 17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군의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달에 군수와의 면담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면 허가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들었다.
이들은 추운 겨울 날씨임에도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출근길 군청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황사리 마을 입구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반대 의지를 다지고 있다.
17일 오전 뉴스서천 취재팀이 황사리 마을 입구에 있는 농성장을 찾았다. 콘테이너 박스 안에 10여명의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있었다.
“숭정산과 화산에서 내려뻗은 산줄기가 바람을 막아주고 햇볕 잘 들고, 참 살기좋은 마을입니다.”
마을 이장인 유영운 대책위원장의 말이다. 대책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유치상씨는,
“우리 마을은 청정지역입니다. 게다가 교통도 좋고 서천읍과도 가까워 빈집이 나면 바로 외지에서 전입해 들어와 빈집이 없습니다.
그는 톱밥공장을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분진이 문제입니다. 남동풍이라도 불면 바로 우리 마을과 기산초등학교로 불어닥칩니다. 자연목으로만 절단해서 톱밥을 생산하면 수익이 낮기 때문에 건축폐기물에 가까운 합판이나 폐목을 쓰게 되면 유해성분이 섞여있게 됩니다. 또한 대형 트럭 들락거리면 사고 위험도 높아집니다. 이러한 공장이 가동되면 분진으로 인한 호흡기 및 안과 질환 발생이 우려됩니다.”
사업대상 부지에서 불과 80여m 떨어진 곳에 3가구가 살고 있다. 기산초등학교와 주민들이 사는 마을은 500여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타지역의 사례를 찾아보기 위해 몇 군데 방문했으나 화재가 나 현재 가동하고 있는 공장을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화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올 한해만 해도 경북 경주, 전남 장성, 전북 익산의 톱밥 공장에서 큰 화재가 발생했다.
황사리 톱밥공장 문제는 현재 군청 투자활력과 기업지원팀에서 다루고 있다. 담당 주무관은 10월 23일 공장신설 승인신청이 들어왔으며 현재 관련 부서별로 업무 협의 중이며 내년 1월 중 업무협의 결과를 토대로 군계획위원회를 열고 업체에 승인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다.
엄동설한에도 황사리 주민들은 조를 편성해 매일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 3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은 이를 면밀히 따져 주민 대다수가 군정 목표처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허물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