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까… 특화시장 입주자들 ‘불안초조’
잘 될까… 특화시장 입주자들 ‘불안초조’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4.08.20 00:00
  • 호수 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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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특화시장 많이 사랑해주세요”
걱정은 되지만 새로 시작하는 마당에 최선 다해야
태풍소식과 함께 제법 굵은 빗줄기가 내리던 날, 27일 서천장날에 맞춘 부분적 개장을 열흘 앞둔 새 시장 여기저기에는 공사가 한창이다.서천특화시장은 4천9백여 평의 대지위에 19백여 평의 시장건물과 노점, 주차장을 갖추고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곳에 418개 점포가 들어서니 점포당 한 명만 셈해도 5백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북적되게 된다. 진열장이며 수족관을 설치하느라 톱질하고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남들이 바쁜 일손을 움직이는데 근심에 찬 얼굴로 담배연기를 길게 뿜고 앉아 있는 이도 있다. 다가가 말을 걸면 역시나 “걱정이쥬”라 말 한다. 무엇이 그렇게 걱정일까. 이젠 비가와도 걱정 없고 주차장도 넓은 새 시장에서 장사하게 되었는데 이들은 영 기쁘지 않은 모양이다.군산 분들이 많이 찾는데 그 사람들 말이 “왜 이전하느냐, 서천 활어가 좋기는 하지만 재래시장 풍취가 좋아서 찾는다”고 했다는 말을 전하며 아무래도 걱정이라는 것이다.단순히 새집으로 이사하는 것처럼 마냥 좋을 리는 없을 것이다. 의례 개점을 앞둔 사람은 ‘잘 될까…’ 고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니까.“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충청도 인심으로 한판 승부 걸어야지” 점포 이전준비가 한창인 활어상 9년 경력 강문자 씨와의 대화이다.이렇게 말하는 강문자 씨 역시 걱정이 앞선다. 문자 씨 뿐 아니라, 특화시장에 입주하는 98%의 상인들이 억지춘향 식 이전이라며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게 상인들의 말이다.


“이젠 별 수 읍슈, 사람들 많이 오게 선전이나 좀 해주슈” 남들 보다 일찍 점포설치를 마무리해 수족관 용수공급 장치를 시험하고 있는 베레모의 중년 남자가 외쳤다.

한쪽에서 줄자를 들고 이쪽저쪽 재고 또 재고 있는 진성호(남·37·사진우)씨, 아무래도 구상한 진열의 가닥이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어쩌 거써 맞춰야지” 성호 씨는 20대부터 서천장터 상인으로 살아 올해 10년째란다.

불안하긴 5일장마다 찾아다니던 최영호 노인(본지 230호 사람들 참고)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 노인은 광주리며 키 등을 전을 벌려놓고 파는 처지라 2평이 못되는 터가 양에 차지 않는다. 2층 식당포를 임대해 놓고 있는 아들 낙환 씨도 최 노인이 걱정 되는지 얼굴이 밝지 않다.
건어물이 들어설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40년 째 장터를 누빈다는 김종환(사진중앙)씨는 손수 진열장을 짜느라 고개 돌리 틈이 없나보다. 솜씨가 목수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옆에서 일을 거들고 있는 벗 또한 한산에서 건어물을 취급한다며 김종환 씨를 대신해 기자의 말을 받는다.

“점포는 작든 크든 어찌 해 본다 손 치더라도, 건어물이나 생선은 냉장시설을 갖춰야하는데 원체 좁아놔서 걱정났다”며 말을 잇는다.

   
“우리도 우리지만 시골서 푸성귀며 잡곡 됫박이나 가져와서는 몇 천원 바꿔가는 아줌씨들은 어디루 간대유? 진짜루 불쌍한 건 그 사람들인디…” 글쎄 그들은 어디로 갈까.

이쯤 되니 김종환 씨도 바쁜 손을 멈추고 한마디 한다 “본래 재래시장이라는 것이 이렇게 건물에 들어앉히면 안 되고 자유롭게 자기들 물건 갖고 앉았는 데쥬”

상인들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장터’라는 게 실감난다. 저마다 사연도 많고 목적도 다양해 요구사항도 가지가지다.

 “개장 때 뭔 행사를 한다는데 쓸데없이 연예인들이나 불러대지 말라고 허슈!”하며 외치는 소리를 뒤로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실내에 개설되는 점포와 달리 특별히 장치가 필요 없는 일반 노점에 서너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 얘기 중이다. 당초 주차장으로 쓰려다 면적이 부족해 야외 노점포가 입주할 아스팔트 광장에 비가 쏟아지고 있다.

이비가 그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오는 9월부터는 특화시장에 단풍만큼 울긋불긋 사람들로 붐벼 오늘의 걱정이 웃음으로 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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