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시 만난다
사람은 다시 만난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2.18 00:00
  • 호수 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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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던 전화를 한통 받았다.

“그 사람이 서천으로 왔다네” ‘그 사람…?’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일이었다.

지난해 마산면 수박시설 재배 농가들이 바이러스 감염 육묘를 공급받아, 부여군 홍산면 소재 육묘공급업체에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현장에서 악연(?)을 맺은 사람과 만났다는 것이다.

이 사건은 우리 신문에 2004년12월3자로 보도한 내용이기도 하다. 당시 기자는 마산농민들의 집회현장을 취재한 내용과 함께  “부여 경찰들의 오만불손”제하의 기사를 실은 바 있다.

내용인 즉, “당초 문제의 육묘장과 지방도를 사이에 둔 논자리에 집회신고를 했지만 교통사고 위험과 교통흐름의 방해 야기로 육묘장 내 넓은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부여군 경찰들은 시위대를 막아달라는 육묘장 측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대 진입을 저지했다.

농민들 격려차 왔다가 이 광경을 지켜본 서천군의회 오세국 의장은 “서천과 부여는 이웃이며 이웃 농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고 정당한 요구를 하러왔는데 특별히 과열시위를 벌일 소지도 없는 농민들이다”며 “이런 이웃 농민들의 집회장소를 논바닥으로 내주고 추운날씨에 논바닥으로 내모는 것을 보니 섭섭하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군의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부여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군의회 의장이면 별것이냐” “시위를 말려야지 부채질 한다”는 등의 불손한 언사를 내뱉었었다.

한술 더 떠 문제의 ‘그 사람’은 우리군 의회 의장의 팔을 잡아끌고 “나랑 얘기 좀 합시다”며 끌고 갔었다.

소위 말하는 임의동행이란 것도 아니었다. 기자의 신분이었지만 기자 역시 서천군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군민의 대표인 의장이 모욕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고성이 오가는 지경을 겪었었다.

당시 그 경찰관은 기자를 향해 “저 여자는 뭔데 나서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랬던 ‘그 사람’이 서천경찰서 모 과장이 되어 군의회 의장에게 부임인사를 왔다는 것이다. 어디서 ‘만난 사람 같다’했더니 ‘그 사람도 그 때 일을 기억하고 있는지 인사 오면서 내심 걱정했다는 것이다.

생전 부딪치지 않을 줄 알았는지 그 사람은 군민대표에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오만했던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왔으니 웃지 못 할 일이 아닌가. 이런 희한한 인연에 박장대소했지만, 한편 씁쓸하다. 아는 이에게, 강한 이에게 고개를 숙이는 사람보다는 모르는 이, 약한 이에게 공손한 그런 경찰공무원이 왔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상은 좁고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나는 게 인생사라는 것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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