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왜 하게 됐느냐”고 묻지 않았다
“음악을 왜 하게 됐느냐”고 묻지 않았다
  • 공금란 기자
  • 승인 2005.04.22 00:00
  • 호수 26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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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윈드앙상블 상임지휘자 -김현수 선생님
서천에서도 가능할까……
   
“저 안할 겁니다” 서해윈드앙상블의 상임지휘자인 김현수 선생에게 혹, 서천에서도 해보시겠느냐 물었을 때 정색을 했다.

너무 당연한 반응이리라, 지방에서 예술이 꽃피기에는 물적, 인적 자원이 워낙 척박하다보니 뭔가 한다는 것이 곧 고생문이 되기 때문이다.

기자 같은 음악의 문외한은 ‘서해윈드앙상블’의 활동에 대해 모르고 살았지만, 클래식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이들은 알만한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김현수 선생은 올 3월1일자로 당진군 합덕의 서야중학교에서 판교중학교로 부임한 음악선생님이다. 교직 초임부터 줄곧 근무하던 곳을 떠나 당진보다 서울이 더 멀고 인구도 더 작은 학교로 왔다.

김현수 선생을 만나기 위해 판교중학교를 찾아갔을 때, 목련이 막 지고 있었다. 커피 잔을 사이에 두고 첫 만남이자 인터뷰가 시작됐다.

기자가 이 일을 시작한 이래 최악(?)의 인터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욕심이 앞섰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겠다. 음악은 모르지만, 서천도 대형오케스트라는 아니어도 뭔가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앞서있었다.

그래서 식상하지만 인터뷰에서 꼭 던질 수밖에 없는 질문 “음악을 왜 하시게 됐는지요?”라고 묻지 않았다.

하지만 곧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서산까지 달려가 음악적 소임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그가 4년째 상임지휘자로 있는 ‘서해윈드앙상블’의 공연 일정이 잡혔기 때문이다.
서해앙상블은 지난해까지 10회 정기연주회 무대를 가졌다. 서산과 당진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순수민간 관현악단이다. 김현수 선생의 설명에 의하면 23명의 회비를 내는 정단원, 학생회원인 준단원, 공연 때 합류하는 엑스트라단원, 이렇게 꾸려져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이번 공연만 마치고 나면 그쪽과 정리를 해야 할까 봐요. 판교중학교로 왔고 가족들 모두 서천읍내에 자리 잡았으니요”

마흔두 해를 살고 있는 그는 부인 채순례(38세)씨 사이에 2남1녀, 4살 난 막내를 둔 가장이다. 5학년 된 큰아들에게 동생들을 맡기고 부인과 서천읍성터를 선책하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다.

“처음에 성인지 모르고 갔는데 성 같아서 물었더니 그렇다네요” 이제 그는 이렇게 조금씩 서천을 알아갈 것이다.

오자마자 찾아간 곳이 서천제일교회라기에 성가대 지휘자에 굶주린 농촌교회 사정을 하는 지라 “그 교회 수지 맞았네요”했더니 “그럴 수는 없지요. 하시던 분이 계신데, 하라면 그저 감지덕지 성가대 테너파트에 앉겠습니다” 가장 좋은 음악가는 지휘자가 실력이 어떻든 간에 따라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목원대학교 음대와 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했고 주로 연주하는 악기는 트럼본이다.

“한 3년 하고나면 소리나는 대로 따라가지요” 김현수 선생이 음악을 하던 이들의 속성을 이야기 한 것이다. 반대로 그가 소리를 내면 따라나설 주자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한때, 군 관악대에 있던 사람, 아니면 뒤늦게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이들이 서로의 소리를 따라가 뭉쳐지면 좋을 일이다.

우선은 누군가 있어 서천인이 되어가고 있는 숨은 음악가 김현수 선생을 불러낼 소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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