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배가 아파
병원에 오면 보호자는 혹시 맹장염은 아닌가 걱정스럽게 물어 오는 일이 있다. 맹장염은 수술을 해야 하는 병일뿐더러
진단이 늦어져 합병증이 생기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부르는 이 병의 올바른 명칭은 충수염이다. 충수염은 맹장과 충수의 연결 부위가 소통이 막혀 발생하는
병이다.
충수는 대장의
일부분인 맹장에 붙어있는 작은 돌기모양의 기관으로, 어떤 이유로 해서 대변이나 음식물내의 작은 덩어리가 돌기의
입구를 막게 되면 혈액 공급이 차단되어 충수염을 일으키게 된다.
충수염은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모든 연령에서 생길 수 있으나, 주로 10~30세 사이의 연장아나 젊은 성인에게 흔하다.
5세
이하에서는 드물게 발생하고 학동기에 접어들면 그 발생률이 증가하여 10대에 이르면 최고치에 달한다. 충수염은 소아가 응급 복부 수술을 받는 가장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증상은 염증의
진행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전형적인 증상은 복통, 구토, 열을 꼽을 수 있다.
흔히 충수염은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생긴다고 알고 있지만 병의 초기에는 배꼽주위부터 복통이 시작된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아픈 위치가 우하복부로 옮겨 오는데, 배꼽과 골반뼈 돌기를 잇는 연결선의 중간 지점 정도가
된다.
구토와 복통을
나타내는 여러 질환들 중에서, 급성 위장관염의 경우에는 구토가 먼저 오고 이어 복통을 보이는 반면, 충수염은 흔히
복통을 먼저 보인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충수가
터지지 않는 한 열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 다른 장관 감염증과의 차이점이다.
충수염이 의심되면
일반적으로 백혈구 수치를 측정하고 복부 X-ray, 소변 검사를 시행하게 된다. 전형적인 증상을 가지는 아이들은
충수 절제술에 들어가기 전에 필요한 모든 검사를 해야 한다.
충수염인지
아닌지 의사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엔 초음파나 컴퓨터 단층촬영(CT)과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하기도
한다.
충수염은
외과적 응급 질환으로 간주된다. 일단 충수염으로 진단이 되면, 일차적으로 금식을 했는지 확인을 한 다음, 정맥
주사와 항생제 투여를 시작하고 수술 계획을 세운다. 근본적인 치료는 내시경이나 개복술을 통해 염증이 생긴 충수를 제거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증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할뿐더러, 나이가 어릴수록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진단을 내리기
어려울 때가 많다.
의사로서는
충수염만큼 쉽고도 어려운 병이 없다. 하지만 일반에서는 증상의 특징만이라도 알고 있으면 막연한 ‘맹장염’ 걱정은
면할 수 있겠다.
<서해내과병원
소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