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정지원만 하면 만사 OK?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부터 바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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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부터 바꿔라
  • 편집국 기자
  • 승인 2005.09.16 00:00
  • 호수 2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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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분석 / 정부의 핵 폐기장 건설 추진 전략

정부는 1986년 이후 6차에 걸쳐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건설 예정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결사적인 반대운동 등에 부닥치면서 모두 무산됐다. 물론 5차 시도 당시의 무산은 반대운동과 더불어 굴업도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된 것이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특히 정부는 성사 직전까지 갔던 전북 부안군 위도 핵폐기장 유치 시도가 결국에는 2003년 7월 실패로 귀결되자 이듬해 2월에 부지 선정 보완 방안을 발표하고 공모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에 유치를 신청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모 절차는 마감됐다.


절치부심하던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253차 원자력위원회에서 핵 폐기장 유치 전략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다. 중·저준위 처분시설과 사용후 연료 중간저장시설을 분리해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따라 중·저준위 처분시설 부지 선정이 먼저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치공모 방식도 바뀌었다. 주민투표 설명회 등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아울러 후보 부지 선정 절차를 공고하고, 적합성이 인정된 3개 이상 지역에서 주민투표를 실시한 뒤 찬성율이 가장 높은 지역을 선정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여기에다 정부는 유치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이라는 '당근'의 크기도 대폭 키웠다. 약 3천억원에 이르는 특별지원금을 일시에 지불하는 것은 물론이고 유치 지역에 연간 50∼100억원의 반입수수료가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유치지역에 대한 효율적인 지원을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적지 않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인 유치운동에 나서고 있는 진짜 이유도 바로 앞에서 설명한 내용들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핵폐기장 반대운동에도 이전과는 다른 보다 정교한 전략과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원칙마저 저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핵폐기장도 제대로 마련해 놓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된 한국의 핵 발전소는 흔히 '화장실 없는 호화 맨션'에 비유된다. 몇 년 후면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될 예정이니 핵폐기장을 빨리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에너지 절약형 산업구조로의 개편, 효율적인 에너지 수요 관리, 친환경 대안에너지 개발에 대한 대폭적 투자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과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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