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것이 아니라 홍보가 미치지 못한 탓”
여행길에서 만난 자랑스러운 거장 출향인
여행길에서 만난 자랑스러운 거장 출향인
강원도 속초시 교동 풍광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석봉도자기미술관’ 홈페이지와 이곳 미술관에서 펴낸 도록의 발간사에 쓰여 있는 말이다.
2월 1~4일, 필자가 일 년에 단 3번 누릴 수 있는 여행일정이 군에서 실시한 ‘멋과 맛을 찾는 체험학습 탐방’과 맞아 떨어져 남도에서 영동까지 길을 나섰다.
‘석봉도자기미술관’ 설립자는 석봉 조무호 선생으로 군사리에서 출생해 서남초등학교를 졸업했다. 탐방일정에 들어있기는 했어도 석봉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 아무도 서천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다.
3년 전까지만 해도 부모님의 묘가 서천에 있어 해마다 몇 차례 방문했으나 관리해줄 사람이 없어 모셔간 뒤로 발길이 뜸해졌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서면에 조카들이 살고 있다고.
석봉 선생은 칠순의 나이지만, 도자기에 대한 열정이 감탄할 만하고, 민족사관도 남다르다.
“세종대왕 어진입니다. 이분 앞에서 10초간 감사의 묵념을 올릴 것을 제안합니다.”
고향에서 찾아온 사람들이라고 반기며 친히 미술관 곳곳을 안내하며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설명을 해주던 중 도자기 벽화로 제작한 세종대왕 어진 앞에서 우리 일행에게 제안한 것이다.
1997년 10월에 문을 연 ‘석봉도자기미술관’은 문화관광부 등록 미술관(110호)이며 경기도 지정 도자기테마박물관이기도 하다.
1층에 도자기와 미술관을 소개하는 영상관, 통일신라 토기부터 조선백자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 202개의 토우로 등으로 도자기제작과정에서 판매과정까지 실감나게 재현한 모형관, 백두산 천지와 설악산 등 우리산하를 도자벽화로 담아낸 대작을 전시한 산하관이 있다.
2층에도 올라있는 세계 최대의 대명에 우리나라 사계를 담은 지름 110m의 대명이 전시된 사계관, 세종대왕 어진과 업적을 도자벽화에 담아 전시한 세종관, 국내외 유수 작품을 전시하는 기획관, 일월오악도 도자벽화가 전시된 오악관, 설악산을 주제로 한 설악관 등이 있다.
물론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는데 1층엔 가족, 2층엔 단체 체험실과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다. 비단 대작 뿐 아니라 아기자기하면서도 수려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조 부자의 국내 경력과 작품제작 경력도 화려하지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우리의 찬란한 도자기예술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특히 일본에서는 개인전과 초대전을 수차례 갖기도 했고, 1981년에는 일본 아리따에 ‘석봉 도자기전시관’을 개설했었다.
이처럼 석봉 선생은 일본과 일본인을 공략하기 위한 작품을 기획하고, 그것을 통해 외화 수입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도자기 예술을 일본 속에, 세계 속에 심고 있는 것이다.
혹시 ‘석봉도자기미술관’에 가게 되면 1층의 역사관을 나오면서 모서리에 작은 구멍을 들여다보도록 하라, 그 안 풍경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띠게 될 것이다. 도자기 작품에서도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해학이 접목됐을 뿐 아니라, 대한국인의 자긍심이 느껴질 것이다.
맘이 급해 당장 ‘석봉도자기미술관’을 구경하고 싶으면 www.dogong.net에 접속하면 된다.
한껏 눈의 호사를 즐기고 아쉬운 작별을 할 쯤, “멀리 고향에서 오셨으니 기념으로 책을 한권 드리겠습니다” 190여 쪽에 달하는 도록(圖錄), 「흙으로 빚는 문화」에 일일이 서명해 들려줬다.
이 도록은 속초시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석봉도자기미술관’의 작품은 물론 도자기의 제작과 역사 등이 상세히 담겨있다.
역시 여행길에서 만나는 고향사람은 시집살이하다 친정어머니를 만나는 것처럼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도자기예술계의 거장이라니 그 뿌듯함까지 누릴 수 있는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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