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이어온 전통 농법에서 희망 찾는다
수천년 이어온 전통 농법에서 희망 찾는다
  • 허정균 기자
  • 승인 2011.01.15 01:27
  • 호수 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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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뉴시문작목반 구칠완씨

▲ 유기농 뉴시문작목반 구칠완씨.
우리는 5천년 농경 역사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60여년의 역사밖에 안되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농사 방식을 우리는 ‘관행농업’이라 부르고 있으니 뭔가 잘못된 것 같다.

1980년대 유기농에 눈뜬 우리 농업인들이 일본으로 이를 배우러 가자 일본 사람들은 “우리는 당신들의 조상에게서 배우고 있다. 굳이 일본에 올 필요가 있는가”라고 하였다 한다.

18세기에 간행된 서유구의 홍만선의 <산림경제>나 서유구의 <임원경제지>는 이땅에서 수년 동안 내려온 농업을 집대성한 농서들인데 오늘날 유기농업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일본인들이 이를 먼저 받아들인 것이다.

서천에서 가장 먼저 유기농업을 실천한 구칠완(61. 마서면 계동리 황새마을)씨를 만났다. 그가 처음 유기농업을 접한 것은 1988년도였다.
당시 그는 농어민후계자로 선정돼 지도자회에서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듬해 새로운 영농기술 교육을 받았다.

이것이 유기농업이었다. 어릴적 논도랑에서 붕어, 미꾸라지를 잡던 기억이 살아있는 그에게 새로운 농법이랄 것도 없었다. 논에 우렁과 미꾸라지를 넣어 농사를 지었다.
이로 인해 1990년도에 산업개발 부분에서 서천군민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유기농업을 전격 수용한 ‘뉴시문작목반’을 결성하여 10개의 농가가 이에 참여했다.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 농업과 양돈을 함께 하는 복합영농을 시작했다.
“하우스 재배를 2, 3년 하다보면 연작 장애가 발생합니다. 이를 돈사에서 나오는 퇴비를 넣어 해결했습니다”

축분은 미생물을 이용함으로써 악취도 제거하고 좋은 퇴비로 재탄생시켜 논과 밭에 되돌려준 것이다.
구씨는 유기농법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의 ‘선지식’을 방문했고 일본까지 혼자 찾아가 기술을 습득하였다.
친환경 농업의 대부로 불리는 전남 보성의 강대인씨는 구칠완씨의 스승이자 동지이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제 값을 받고 파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는 시설 농업에서 지은 채소와 결합하여 이를 해결했다.
“사실 시설 농업은 워낙 일손이 많이 가 큰 돈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방울토마토를 쌀과 연계하여 판매함으로써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뉴시문작목반에서 생산한 방울토마토가 인기를 끌며 전국의 유기농 매장에서 서로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는 방울토마토를 공급하는 조건에 쌀을 끼워넣은 것이다. 방울토마토 인기의 비결을 물었다.
“수확량에 매달리면 안됩니다. 철저하게 유기농법으로 생산하면 맛이 좋을 수밖에 없고 소비자들이 포장지에 붙은 생산자 이름을 보고 다시 찾게 됩니다.”

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2000년대 WTO,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격랑이 우리 농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 땅에서 나온 질 좋은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친환경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조례를 속속 내놓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수천년 동안 지어온 농사 방식이었던 친환경농업에서 우리 농업의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벼농사는 그동안 많은 기술과 농자재가 개발돼 쉽게 실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천 의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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