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을 구속하면 경찰의 명예가 지켜지나.
시민을 구속하면 경찰의 명예가 지켜지나.
  • 편집국 기자
  • 승인 2013.11.25 16:30
  • 호수 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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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시민연대 서천지회

아빠는 날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온다. 주차장이 되어버린 학교 운동장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자는 시위를 하기 위해서이다. 학교에서는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어 불편한 기색이고, 친구들은 재미있어하는데 아이는 그런 아빠를 보는 게 괴롭다.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이 이야기는 아이들 동화의 일부분이지만 동화의 소재가 된 사람은 바로 당신이 떠올리는 그 사람, 이 아무개씨이다. 이씨는 동화의 소재가 된 적이 있을 정도로 서천에서는 유명인사이다. 그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각종 민원 제기에 있어 그는 ‘달인’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불법소각이나 학교 앞 불법 주정차 문제 등 많은 부분들이 그의 노력으로 개선되었다. 물론 그 과정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공익을 위한 민원제기 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식이 세련되지 못해 담당공무원이나 경찰관, 당사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문제제기가 계속 되었기에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불편을 감수하던 일들이 해결되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얼마 전 그가 경찰과 경찰 간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구속 되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서천지회는 회원인 이씨의 구속 소식을 듣고 나름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려 노력해 보았다.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시작됐고 서로 잘잘못을 따지다 고소에 이르러 구속까지 된 모양이다.
성경을 읽기 위해 촛불을 훔칠 수 없는 것처럼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 우리는 이강선 씨를 두둔할 수만은 없었다. 아무리 옳은 지적이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는 방식이라면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를 비판할 수만도 없다. 그는 ‘시민’으로서 정당한 민원을 제기했고 1인이건 2인이건 시민단체 회원이자 대표이다. ‘한 사람의 시민’이라 할지라도, 보호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좁은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조직이 활성화되지 못한 한계와 어려움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시민운동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공익을 위한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했던 게 그 사람의 죄일까.


‘자칭 시민단체 대표’라고 말하며 시민을 비하하고 무슨 파렴치한을 대하듯 하는 고소인의 자세에 우리는 동의할 수가 없다. 그동안 서천지역에서 보여준 이씨의 모습이 사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소인이 말하는 ‘보호할 가치가 없는 사람’의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민원인을 대하고 ‘실체 없는 조직’ 운운하며 한 사람의 시민을 가두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명예는 권력을 과시하면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공권력이 거대해지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삶의 권리를 누리며 살기보다 스스로 위축되고 자기 검열이 강화된다. 이번 사건을 통해 공권력의 남용이 한 시민, 국민의 삶을 어떻게 위협하는지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국정원이 정치권력에 개입하고 국가권력이 정당과 노동조합 등 국민의 삶 깊숙이 개입 하는 요즘에 이번 일을 접하니 ‘공권력의 사회’가 되어가는 것을 서천에서도 확인하는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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