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바른 성품이 우선이다
■ 송우영의 고전산책 / 바른 성품이 우선이다
  • 송우영/서천서당 훈장
  • 승인 2024.05.16 19:27
  • 호수 119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영
송우영

인생人生 73, 84 거백옥蘧伯玉 노자老子라는 말이 있다. 풀어쓰면 이렇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혹자는 73세까지 살기도 하고 혹자는 84세까지 살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 살아 위나라 대부 거백옥처럼 100살을 넘기기도 하는데 또 다른 혹자는 이보다 더 오래 살아 주나라 황실의 도서관장을 지냈다는 노자처럼 죽음을 아니보고 신선이 되었다고도 하는데...

여기서 73, 84 라는 숫자는 공자님께서는 73세에 졸하셨고 맹자님께서는 84세에 졸하셨으니 후학들은 이를 기준삼아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로 율곡 이이 선생께서 42세에 이르시어 해주 석담서당에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을 지으신 후 자경문自警文 11절을 설명하시면서 하신 말씀이다.

일찍이 공자님께서는 35세에 이르시어 제나라 경공에게 부름을 받으시어 제나라에 가셨고 42세에 이르시어 비로소 시경과 서경을 순차적으로 찬하셨으며 40후반 즈음 이르러 등과를 하셨고 대사구大司寇를 지내는 것으로 벼슬을 끝내시고는 55세부터 68세까지를 철환주유轍環周遊를 통해 남아의 장년 인생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를 후학에게 알려주셨다. 그리고 노년의 71세에 이르러는 포폄褒貶의 역사비평서인 춘추를 쓰셨는데 춘추경春秋經이 그것이다.

맹자님은 공자님께서 춘추경을 쓰신 이유를 맹자 이루하孟子離婁下 8-21문장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왕도정치의 흔적이 멸식되니 시가 사라졌고<왕자지적식이시망王者之迹熄而詩亡> 시가 사라진 연후에 춘추가 생겨났다.<시망연후춘추작詩亡然後春秋作>

공자님께서는 춘추를 쓰시고는 그 뿌듯함이 하늘을 찔렀는데 그 자긍심이 맹자 등문공하孟子滕文公下 6-9문장에 기록되기를 나를 알아주는 것은 오직 춘추요<지아자기유춘추호知我者其惟春秋乎> 나를 죄줄 것도 오직 춘추니라.<죄아자기유춘추호罪我者其惟春秋乎>”

공자님께서 세수70이 넘으신 나이에 이르시어 춘추 책을 지으셨다는 것은 후학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바 그중 하나가 남자 나이 노년에 이르면 공부를 해야 하고 또 나아가 글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공부를 한다 함은 경전의 공부를 말한다. 경전 공부의 가장 기본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말한다. “경전을 읽지 않으니 사람을 잃을 것이며<부독경실인不讀經失人> 경전을 읽지 않으니 사나워지는 것이다.<부독경망인不讀經鋩刃>”라고 했다.

와도헌臥陶軒 이인로李仁老 속행로난續行路難3’에서 말한다. “안회는 누항에서 팔을 베고 한 바구니 밥을 먹으며<안항침굉식일단顔巷枕肱食一簞>, 도척은 동릉에서 점심으로 사람의 간을 회쳐먹었다.<동릉주선포인간東陵晝膳脯人肝>” 안회라는 인물은 공자님의 수제자로 가난했으나 가난에 함몰되지 아니하고 오로지 경전 공부만으로 일생을 값있게 보낸 인물이다. 도척은 부하가 9000여 명에 이르고 태산을 근거지로 삼아 나쁜 짓에 관하여는 안 할 짓도 없고 못 할 짓도 없는 수악한 인간으로 매일 점심으로는 사람의 간을 회쳐 먹었다는 무도한 자이다.

안회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안무요 손에 이끌려 공자님 문하에서 경전을 배운 자이고 도척은 노나라 대부 집안의 자식으로 형 유하혜는 어려서부터 경전 공부를 하여 군자의 반열에 올랐으나 동생 도척은 어린 시절 공부했다는 기록을 아직 읽지 못했다. 그렇다고 공부는 막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공부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논어 학이편 1-6문장은 이렇게 기록한다. “공자님 말씀에<자왈子曰> 자녀된 자는<제자弟子> 집에 들어가서는 효도하며<입즉효入則孝> 집 밖에서는 공손하며<출즉제出則悌> 행실은 삼가며 말은 성실하며<근이신謹而信>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범애중汎愛衆> 인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며<이친인而親仁> 이것들을 행하고 힘이 남거든<행유여력行有餘力> 공부를 해야하느니라<즉이학문則以學文>” 즉 바른 성품을 먼저 몸에 쌓고 후에 글을 공부하라는 말이다.

요즘 시대에 이 문장은 꽤 곤란하다. 왜냐면 공부보다 성품을 먼저 다루고 있어서다. 높은 점수와 등수? 우선 시대에 효도하고 공손하고 남을 먼저 위하라는 말은 어쩌면 위험할 수조차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점수와 등수보다 바른 성품이 우선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