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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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영 (전) 한국사료협회 이사, 구매물류본부장
  • 승인 2019.09.19 12:00
  • 호수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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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270만 톤 구매의 허와 실

아베와 트럼프의 동주상구(同舟相救)

 

김치영 (전) 한국사료협회 이사, 구매물류본부장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미국산 옥수수 270만톤을 수입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보도가 나온 후 그 진의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랫동안 곡물거래에 몸담았던 김치영 전 한국사료협회 이사가 이를 일본의 미국산 옥수수 추가 도입 문제를 분석한 기고문을 뉴스서천에 보내왔다. 그는 일본계 종합상사가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은 우리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라며 곡물시장의 유통 인프라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편집자>김치영/경제학 박사. aT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 전문위원.

아베 신조의 엎지러진 물

지난 8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미일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중국이 농산물 구매약속을 지키지 않아 남아돌고 있는 미국산 옥수수를 일본이 모두 사주기로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아베신조 총리가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주겠다고 약속한 옥수수는 270만 톤으로 일본의 사료용 옥수수 수입량의 3개월분으로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구매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 후 정작 수입해서 사용해야 할 일본의 사료업체나 곡물기업들은 발표 내용을 확인한 후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자국 총리가 밖에 나가 엎질러 놓은 물을 어떻게 쓸어 담아야 할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의 관련 학자나 전문가들은 일본은 이미 1000만 톤 이상의 미국산 옥수수를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수입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번 옥수수 추가구매는 통상적인 구매물량을 앞당긴 것에 불과하고 이를 판매할 곳이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수입한다 하더라도 창고 보관료도 문제이고 다른 나라에 파는 것도 쉽지 않다며 사태의 뒷처리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최근 일본 내 해충이 발생하여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여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전혀 생뚱맞은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발생한 해충 피해는 그리 크지도 않을 뿐더러 해충 피해를 입은 일본의 옥수수는 사일리지와 같은 조사료 용도로 미국이 수출하고자 하는 배합사료 원료인 농후사료 옥수수와는 전혀 다른데도 이 같은 내용조차 분별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만 쏟아내고 있다.

몰라서 속는 건지 알면서도 속아 주는 건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인 미국 중서부 콘벨트(Corn Belt) 지역의 옥수수 재배농민들은 전혀 예기치 못한 아베의 선물을 크게 반기면서, 침체된 수출시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의 아베 내각이 진정으로 자국의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가며 미국 농민과 트럼프 대통령을 돕기 위해 나선 것일까. 그리고 미국의 입장에서 일본의 추가구매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일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오래 동안 곡물 구매에 관여해온 필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보면 금번 일본의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 270만 톤 추가 구매는 일본의 아베 총리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놓은 트랩(Trap)에 걸려 돌이킬 수 없는 실언을 했거나, 아니면 술수에 능한 일본의 아베총리가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을 빤히 잘 알면서도 생색만 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일본의 국민 1인당 배합사료 생산량 한국보다 낮아

일본은 한 해 약 1000만 톤가량의 사료용 옥수수를 수입해 오고 있으며,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오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일본은 2380만 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했으며, 배합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료용 옥수수 1132만 톤을 수입했는데 그 가운데 미국산 옥수수가 1075만 톤으로 95%를 차지했고, 나머지 435000 톤이 브라질과 남아공으로부터 수입했다.

때문에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270만 톤의 사료용 옥수수를 추가로 구매할 경우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는 옥수수를 대체한다 하더라도 대체 가능수량은 50만 톤도 채 안되기 때문에 추가로 수요량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창고에 쌓아 두든지 아니면 다른 나라에 팔든지 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 농민의 고통을 크게 덜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떠들썩하게 생색을 내고 있으니 과연 앞으로 어떻게 사고파는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미국 농민들도 마냥 기뻐만 할 것이 아니라 지난 해 일본이 미국산 사료용 옥수수를 1075만 톤을 수입했으니 금년에는 270만 톤을 추가하여 최소한 1345만 톤의 옥수수를 수입하는지 꼭 챙겨봐야 할 일이다.

일본은 구매자이자 판매자 입장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곡물시장에서 일본의 종합상사의 시장지배력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국제 곡물시장에서 일본 종합상사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은 막강하다. 과거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일본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현지 개발수입이 실패로 돌아간 후 일본은 생산은 현지 농민에게 맡기고 일본은 유통시장을 지배한다포스트 하비스트(Post Harvest)’ 전략을 펼친 결과 현재 일본의 곡물기업들은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지역(PNW)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와 미시시피강 하구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의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다.

미쓰비시. 미쓰이, 마루베니, 이또오쥬, 수미또모, 젠노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일본계 곡물상사들은 자국의 곡물수입은 물론 한국, 대만 등에도 수백만 톤의 식용 및 사료곡물을 수출하며 공급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식량안보를 위해 일본처럼 미국 등 주요 곡물 생산국가에 곡물수출용 엘리베이터 확보를 위한 시장 참여 필요성이 제기되며 2012STX 팬오션이 세계적인 곡물메이저인 벙기, 이또우쥬와 함께 미국 워싱턴 주의 곡물 수출용 터미날에 지분 참여를 했으나 그마저 STX 팬오션이 도산하면서 지분이 나머지 회사들에게 넘어가고 아직 이렇다할 만한 성과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한국은 미국산 옥수수의 가장 큰 잠재 고객으로 미국에 대해 보다 당당하게 구매 교섭력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으며, 점차 심화되는 한일 간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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