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한 생태계 보전
*이 기사는 충남도미디어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고창갯벌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기 이전에도 국내법에 의해 보호지역 지정되었다. 2006년에 고창군이 해양수산부에게 부안면과 심원면, 해리면 일대 10.4㎢의 갯벌을 습지보전법에 적용되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해 지정되었다. 이어서 2010년 2월에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로 인정을 받아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었다.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준비하면서 2018년9월 3일에는 고창갯벌의 대부분(64.66㎢)을 ‘습지보호지역’으로 확대 지정하였다. 이 면적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던 도중에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가 ‘고창군과 부안군의 해상경계분쟁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서 고창군의 관할권이었던 9.35㎢의 갯벌을 부안군의 관할권이라고 판결하면서 현재 고창갯벌(55.31㎢)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축소 조정되었다. 이 지역이 2021년 7월 26일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처럼 국가유산청과 해양수산부, 고창군이 고창갯벌 보전을 위한 다양한 법적⋅제도적 마련하고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잘 관리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국제적인 수준에 맞게 잘 관리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사업이 계속되거나 오히려 꼭 필요한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근거
세계자연유산 추진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이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등재 신청서를 보면, “고창갯벌에는 생체량이 큰 저서동물과 생체량은 작지만 잠재적인 먹이가 되는 저서동물의 밀도가 높기 때문에 90종, 약 4만 1000마리의 물새가 서식한다. 주요 우점종은 민물도요, 붉은어깨도요, 중부리도요, 괭이갈매기 등이다.”면서 국제 멸종위기 조류 종에 대해서는 “고창갯벌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국제 멸종위기종)의 물새종을 18종이나 부양한다. 위급종(CR)인 넓적부리도요가 위기종(EN)인 붉은어깨도요, 황새, 알락꼬리마도요, 청다리도요사촌, 취약종(VU)인 검은머리갈매기와 흰죽지, 노랑부리백로가 출현하였다. 준위협종(NT)인 검은머리물떼새, 댕기물떼새, 붉은가슴도요, 큰뒷부리도요, 좀도요, 붉은갯도요 등도 관찰된다. 특히 황새(위기종, EN)는 구성요소들 가운데 고창갯벌에서만 유일하게 출현한다.”고 적시되어 있다.
고창갯벌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해야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 해안부터 상하면 자룡리 해안까지(일명 명사십리)의 해안에 쌓여 있는 퇴적물이 바닷물의 유속과 흐름 방향, 그리고 계절에 따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로 이동했다가 다시 역으로 되돌아 나오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갯벌에 서식하는 조류들도 바닷물의 높이에 따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로 이동해 간다. 따라서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 해안부터 상하면 자룡리 해안까지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추가 등재해서 고창갯벌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여 관리하기를 바란다.
고창갯벌처럼 부안갯벌을 포함한 곰소만 전체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추가 등재해야
곰소만은 행정구역상 고창군과 부안군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행정구역상 두 개 지역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지형적으로는 만입형 갯벌이고 하나의 단일생태권이다. 조류를 비롯한 어류들이 고창갯벌과 부안갯벌을 왕래하면서 먹이를 먹고 갯벌에 사는 저서생물도 같은 종류가 많다.
따라서 고창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세계유산위원회가 제시한 진정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고창군이 부안군과 협력해서 부안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부안군도 당연히 적극 나서서 부안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추가 등재 신청을 해야 한다. 부안 곰소만갯벌(4.9㎢)이 이미 2006년 12월 5일에 국내 연안습지호보지역과 2010년 2월에 국제적인 람사르습지로 등재되었다. 2016년에 세계자연유산 등재 1차 추진 당시 부안군수와 지역 주민들을 만나서 고창갯벌과 함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제안했으나 거부를 한 바 있었다. 지금이라도 부안군이 곰소만갯벌(4.9㎢)처럼 고창군으로부터 관할권을 인계받은 갯벌(9.35㎢)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이 두 지역을 포한한 부안갯벌을 지역 주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세계자연유산으로 추가 등재 신청을 한다면 비교적 쉽게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결정문에서 제시한 ‘탁월한 보편적인 보편 가치(OUV)와 관련된 진정성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유산 지역의 경계를 명확히 입증하라’는 요구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고창군과 부안군이 공동 협약을 맺어 곰소만 전체를 잘 관리해야
지난 11월 7일, 전남 보성벌교에서 해양수산부가 주최한 ‘제17차 해양보호구역 대회’에서 여자만의 관할권을 분할하고 있는 보성군, 순천시, 여수시, 고흥군의 행정 책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여자만 해양보호구역 공동관리 협약식’을 가졌다. 순천갯벌과 보성갯벌은 2021년 7월 26일에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곳이고, 여수갯벌과 고흥갯벌은 2026년 7월에 세계자연유산 추가 등재를 준비 중에 있다. 따라서 여자만의 관할권을 분할하고 있는 4개 지자체가 공동 협력해서 여자만 전체를 국제 수준에 맞게 잘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겠는 약속을 한 것처럼 곰소만을 관할하고 있는 고창군과 부안군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본받기를 바란다.
고창군 해리면과 부안군 변산면 연결하는 ‘노을대교 건설 사업’을 철회해야
2021년 9월 국토교통부가 확정한 '제5차 국도·국지도 5개년 건설계획(2021년~2025년)'에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와 부안군 변산면 도청리의 해안을 연결하는 '노을대교'(총 길이 8.86㎞, 총 사업비 1조원)가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될 계획이다. 2000년부터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 정부 선거 때마다 선거 공약(당시 부창대교)으로 제시되었고, 현 고창군수와 부안군수도 공동으로 중앙 정치권과 국토교통부에 이 사업 추진을 촉구해왔었다.
만약 노을대교 건설이 추진된다면 곰소만의 서쪽 해안의 경관이 훼손될 것이 뻔하다. 더욱이 고창갯벌을 비롯한 곰소만 전체의 퇴적물과 생태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조류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기 되어서 국제 멸종위기종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곰소만 전체의 생태관광 또는 지속가능한 관광을 활성화하는데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처럼 노을대교가 건설된다면 결국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이 세계유산위원회가 요구한 ‘탁월한 보편적인 보편 가치(OUV)와 관련된 진정성 요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됨으로서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 따라서 노을대교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과 부안갯벌을 잘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고창갯벌 복원사업’과 ‘도요물떼새 갯벌생태계 복원사업’을 올바르게 추진해야
2023년부터 해양수산부와 고창군이 총 사업비 150억원(국비 105억원, 지방비 45억원)을 투입해 고창군 심원면 용기리의 인천강 하구와 두어리 해안, 고전리의 해리천 하구, 명사십리해안 사구에 염생식물을 식재하고 친수시설을 설치하는 ‘고창갯벌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인천강 하구와 해리천 하구 지역에서 추진하는 복원 사업의 경우, 기존 제방의 바다 쪽으로 새롭게 제방을 쌓아서 양식장을 만들었던 곳을 매입해서 양식장의 제방을 없애고 해안가의 경사면을 완만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복원사업을 추진하기 바란다. 몇 년 전 심원면 두어리의 람사르고창갯벌센터 앞 해안에 해양수산부와 고창군이 수십억 원을 투입해 큰 파도에 의해 무너졌던 양식장의 제방을 다시 커다란 바윗돌을 이용해 견고하게 쌓고 좁은 해수유통용 수문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업(당시 시공사는 한국농어촌공사)을 추진했었다. 그런데 제방 안쪽에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갈대 군락이 전체를 뒤덮게 되자 다시 갈대 군락을 없애기 위해 준설을 반복하고 있다. 또다시 이같은 사업을 반복한다면 아주 잘못된 복원사업이라고 비판받을 것이다.
또한 두어리 해안에서 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하는데 갯벌과 해수유통을 하는 제방 안쪽에는 이미 염생식물이 잘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 친수공간을 설치하겠다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명사십리해안사구의 경우는 해안사구의 해안에 모래가 쌓이도록 대나무를 지그재그 방식으로 포집 시설을 설치하기 바란다.
또한 2025년부터 심원면 두어리 일원에 염생식물을 식재하고 탐방로 설치 등을 추진하는 ‘도요물떼새 갯벌생태계 복원사업’(국비 25억원, 지방비 25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도요물떼새의 서식지를 조성한다면서 염생식물을 식재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고창갯벌 복원사업’과도 중복되어 있어서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고창갯벌을 세계자연유산 관리 기준에 맞게 잘 관리해야
고창군이 공공자본과 민간자본을 투입해 심원면 만돌리의 폐염전부지에 ‘고창종합테마파크 조성사업’(골프장, 카누경기장, 리조트 및 컨벤션센터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폐염전부지 전체에 갈대군락지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면서 모두 없애 버렸다. 이 사업지와 가까운 거리에는 세계자연유산 지역 내에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특이한 형태의 모래톱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다. 만조 때가 되면 도요물떼새를 비롯한 많은 물새들이 이 모래톱을 휴식지로 이용한다. 그런데도 이곳과 가까운 거리에 이런 대규모 관광단지를 건설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세계자연유산이라는 명칭을 이용해 특정 사업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몰아주는 대규모 위락형 관광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어민이 말하기를 “고창갯벌에 많이 서식하던 조개들이 사라지고 있고 갯벌이 푹푹 빠지는 뻘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고창갯벌에는 지속적으로 어떤 변화가 발생하고 있고, 맨손어업을 하는 어민들의 어업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고창군 행정이 전문 연구자들에게 의뢰해 적극적으로 원인을 규명하거나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고창군 행정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고창갯벌을 세계유산위원회에 약속한 요구사항에 맞게 잘 보전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 주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