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우리지역의 발전방향과 주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책임과 미래가치 개발을 기성세대들에게만 의지할 것인가.
기성 정치 그늘에 줄서서 그들의 눈치 밥을 언제까지 얻어먹을 것인가. 건강한 사회활동이 아닌 이상한 대인관계에 몰두할 것인가. 지역의 젊은 리더들은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진정으로 고민할 때가 되었다.
이미 세계적으로 청년이 부족한 시대가 왔다. 부족한 것보다 더한 청년에 대한 투자와 젊은 리더들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시대가 왔다.
청년에 투자한 나라와 청년을 떠나보내는 나라의 미래는 어떠할까. 우리와 같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표적인 나라는 일본, 이탈리아, 독일 등이라고 한다. 이들 나라는 청년투자를 어떻게 했을까.
일본의 한 예로 정부의 불황 타개책으로 경제를 살리겠다며 고속도로, 해양대교, 댐 건설, 지방공항 등의 건설경기 부양책을 펼쳤다.
주민 수십명이 사는 섬엔 이미 육지와 연결된 다리가 있었는데도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해양대교를 건설하고, 인적없는 곳에 지방 공항을 건설해 두꺼비 도로라고 불리고 있다. 건설경기에 수조엔을 쏟아 부은 일본 경기는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지며, 경기부양은 커녕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 기업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었다. 지방정부의 연구결과는 건설경기 부양보다 그 자본을 청년과 올바른 교육에 투자를 했더라면 30% 이상의 투자효과를 봤을거라는 뒤늦은 후회였다.
일본정부가 건설경기 위주의 경기부양으로 부채만 키우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면서, 정부정책으로부터 청년투자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청년이 사라지고 지역의 젊은 리더가 가난해지며, 사회전체가 침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치적 전략으로 노인복지 쪽에 투자를 했다.
35만원 정도의 저렴한 월세에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비좁은 방에 고정적 직업이 없는 알바수준, 편의점 집밥, 최소한의 생필품, 한 달 알바비로 서너 달은 버틸 수 있다는 일본 청년.
집, 자동차, 친구, 직장, 결혼, 소비, 사회활동 등을 포기하며 사회저 소비는 사치에 불과한 세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청년이 돈을 벌지도 쓰지도 않으면서 일본 내수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소비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살 돈이 없는 것이다. 이것이 일본 경제 전체에는 회복하기 힘든 타격이었다. 정치권력 지키기 위한 야욕의 기성세대가 지역사회와 청년 그리고 젊은 리더들을 망쳤다.
이탈리아는 어떨까. 역시 청년을 포기한 나라이다. 한때 노인들의 천국이라 부릴 정도로 노령연금과 복지가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은 수도인 밀라노에는 극빈층을 위한 무료급식소에 젊은이들이 줄을 서고, 최근에는 최저연금의 빈곤층 노인들과 일자리 없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GDP 세계 9위인 나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고급학력의 청년들과 대학졸업을 미룬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고, 취업 기회 조차 잡을 수 없다. 일자리가 없거나, 비정규직인 젊은이들이 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캥거루 족이 70%가 넘는다.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취업에 마지막 기대를 건 것이다. 청년들의 미래가 없는 나라에서, 외국으로 나가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매년 4만 명이 넘는다. 젊은 인력 유출은 심각한 정치사회문제이다. 심각한 고령화로 고령연금 지출액증가로 인한 청년지원 감축 등 이탈리아 청년 10명 중 4명이 실업상태이다. 이탈리아의 복지천국을 지탱했던 젊은이들이 가난으로 내몰리고 있다. 역시 청년층의 고통은 노년층의 고통으로 이어지며, 청년층의 빈곤과 해외유출은 이탈리아 전 사회에 타격을 주고 있다. 평균 200만원이던 노령연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청년들을 외면했던 이탈리아 역시 위기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치꾼들 전략이 청년과 전체적인 사회구조를 망쳤다.
그러나 독일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최고의 경기부양책을 청년복지로 정하고, 귀한 자원으로 청년투자에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냈다.
일본과 이탈리아는 청년들의 고통을 각자 개인의 무능으로 치부하며 방치했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났다. 결국 일본의 장기 불황과 이탈리아의 노령연금 축소가 기성세대에 암세포처럼 전이됐다. 정치가 모든 걸 망쳐놨다.
독일은 70년대부터 청년에 과감하게 투자했다. 대학까지 공교육은 무상이며,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졸업 후 취직 못하면 곧바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 때 청년복지 비용을 가장 먼저 줄였다. 그러나 독일은 청년투자가 최고의 경기부양책임을 알고, 경기불황으로부터 청년을 지켜냄으로써 청년과 기성세대 그리고 기업 모두가 승자가 된 모범 도시가 있다.
폭스바겐 공장이 위치한 볼푸스 브르크 시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상징적인 노사합의가 있었다. 폭스바겐 사는 자동차산업에 위기로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해외공장 이전계획을 했으나, 노사의 혁신적인 대타협으로 해외 이전을 취소하고 청년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회사는 지역 실업자와 청년취업예정자 5천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생활소득을 보장하며, 청년들의 최소 3개월 직업훈련도 제공했다. 볼프스부르크 시에는 새 공장이 세워졌고 일자리 1만개가 생겨났다.
독일의 기성세대는 청년을 살려냈고, 노사대타협으로 정리해고를 막았으며, 청년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까지 창출했다. 기업경쟁력과 우수인력 지속적 확보와 새로운 소비주체인 청년세대가 내수시장을 지키며, 지역사회의 반듯한 자원으로 우뚝 서며 모두가 승자가 된 것이다.
독일의 세대간의 공존의 지혜가 고령화시대에 불가피한 세대간의 불균형과 갈등, 이기심과 기득권 등을 함께 풀어간 것이다.
독일 역시 고령화로 여러 사회문제를 겪었다. 청년세대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일찍 쫓겨났다며 은퇴당한 기성세대, 복지비용을 청년에게 투자하라고 외치는 청년세대와의 갈등은 한정된 재정 속에서 세대간 갈등으로 커졌던 것이다.
세대간 갈등은 보통 인식과 의식, 문화의 차이였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선 경제적인 문제의 갈등으로 고착화된다.
일자리, 부양의무, 복지 등에서 청년세대가 희생을 강요당할수록 세대간 경제적 격차가 벌어지며,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그 차이를 방치하게 되면 치유불가 상태가 된다. 독일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세대갈등을 세대공존으로 바꾸고 있다.
독일은 정치와 기성세대와 기업이 청년을 살리고, 청년은 사회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