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시장터 / 사악한 백성은 바른 정치를 못 견뎌
■ 모시장터 / 사악한 백성은 바른 정치를 못 견뎌
  • 정해용 칼럼위원
  • 승인 2023.02.23 11:28
  • 호수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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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용 칼럼위원
정해용 칼럼위원

대개 정치는 바르게 나가다 기울고 기우는가 하면 다시 바로 선다. 리더가 바뀔 때마다 일하는 사람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면 정치의 기풍도 변하기 때문이다. 그 리더가 옛날식 군주가 됐든 현대식 선출직이 됐든,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바뀌는 것은 매한가지다.

춘추시대 제나라 정치는 실사구시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제 환공 시절에 관중이란 재상 덕분에 100개도 넘는 제후국들 가운데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됐다. 환공은 춘추시대 최초의 패왕으로 권력을 행사했고, 이후에도 제나라는 다른 나라가 감히 얕보지 못하는 강국을 유지했다.

하지만 한 번 부강했다 하여 영원히 부강하란 법은 없다. 관중이 죽은 후 환공은 세 명의 간신들에 둘러싸여 가장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간신들이 제후를 골방에 가두어두고 왕명을 가장하여 정치를 멋대로 주물렀기 때문인데, 간신들의 꾀에 빠져 다른 측근을 이미 다 제거했던 환공은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골방에서 굶어 죽었다. 그가 죽은 방에서 문틈으로 구더기가 기어나올 정도가 된 후에야 시녀들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한다.

제 환공 이후에 제나라는 영광을 잃었다. 지지부진하며 천박한 정치가 100여 년이나 지속되었다. 그 때 비로소 제나라를 부흥시켜 제2의 번영기를 일군 군주가 경공(景公)이다.

경공이 제나라를 부흥시키는 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잘 찾아 썼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최저가 은퇴할 때 얻은 현명한 대신이 안영(晏嬰)이었고, 또 안영의 추천으로 등용한 최강의 무인이 사마양저였다. 두 사람은 각기 <사기(史記)> 열전에 기록이 따로 남겨질 정도로 유능한, 문과 무 두 방면의 위인들이다. 역시 좋은 정치는 사람에 의해 훌륭해지기도 하고 천박해지기도 함을 알 수 있다. 물론 그 훌륭한 인물을 찾아 쓰는 능력은 군주에게 달렸다.

경공이 안영을 처음 얻은 후에 시험을 해보았다. 그가 현자라는 소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동아라는 작은 고을을 먼저 맡겨보았더니 숱한 비방과 험담이 들려왔다. 기대가 무색할 지경이었다. 3년의 임기 후에 실망한 경공이 그를 소환하여 파직하려 하자 안영이 말했다. “저에게 다시 3년을 주신다면 틀림없이 좋은 소문이 퍼지도록 하겠습니다.”

경공이 허락하자 얼마 뒤부터 그에 대한 칭송이 자자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공이 기뻐하며 그를 불러 상을 내리려 하자 안영이 사양하며 말했다.

처음에 신은 간악하고 사악한 무리들이 지름길(편법)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고 그들의 통로를 지키는 문지기들의 임무를 강화하였습니다. 그러자 음란한 백성들이 나를 미워하여 모함하였습니다. 검소하고 효도와 우애를 다하도록 권면하자 게으른 백성들이 저를 미워하여 비난하였으며, 법을 집행할 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법을 적용하자 귀족이거나 힘을 가진 자들이 저를 미워했던 것입니다. 부조리한 관리들을 가까이 하지 않으니 측근들조차 저를 싫어했습니다. 이런 까닭에 저에 대한 비방과 참소가 끊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3년 동안은 단속을 게을리 하고 죄지은 자를 처벌하지 않으며 아부하는 자들을 가까이 했더니 게으른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귀족이거나 힘을 가진 자들이 즐거워하여 저에 대한 칭송이 자자해졌습니다. 군주께서는 어떤 정치가 되기를 원하시는지요.”

지금 정치권은 부패한 자본들과 결탁하지 않고 특정 파벌이나 권력에 아부하지 않고 부조리한 측근들을 감싸지 않아 돈과 세력을 가진 자들이 미워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는 한 인물을 아예 죽이려고 안달하고 있다. 사태가 이러하다면 국가의 진정한 주인이며, 국정의 결정권을 손에 쥔 주권자로서 우리 국민은 누구를 편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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