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당이 농촌당을 이겼다.”
지난 23일 쌀 관세화 유예 관련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한 보수 언론이 쓴 기사의 제목이다.
이 기사는
동의안 표결 과정에 대해 “농촌표만 따지다가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국회의원들이 인식했기 때문”이라며 “농촌 챙기기 주장이
국익론에 묻힌 꼴이 됐다”고 묘사했다.
중앙일보의
입장에서 보면, 쌀 관세화 유예 동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국익’을 위한 행동이고, 이에 반대해 12월 17일까지
기다려 DDA(도하개발아젠다) 협상의 결과를 지켜본 후 그때 통과시켜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은 ‘농촌표 챙기기’라는 것이다.
보수 언론의
이 같은 보도 행태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때도 그랬고, 몇 년 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 비준 동의안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 농촌을 살리고, 우리 생명줄인 농업의 토대를 유지해 가자고
주장하는 것이 ‘국익’은 무시한 채 농촌 지역 국회의원들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쇼’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공산품을 비롯해 각종 무역을 통해 발전한 통상 중심 국가라고 하더라도 ‘핸드폰만
팔아서’는 먹고 살 수 없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국제 식량 시장의 불안정성 증대, 환경보호, 안전한 먹거리 생산 등 식량 산업의 국가적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가고 있지 않은가?
국내외
전문가들도 ‘쌀’을 사고 ‘핸드폰’을 파는 것이 단기간의 ‘국익’이 될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독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마도, 보수 언론들과 그 기자들도 그런 사실에 대해 알고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러한
왜곡보도를 계속할까?
추측컨대, 반도체, 자동차, IT 산업의 회사들은 광고를 주고 농민들은 광고를 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휴∼우, 이를 어쩌나.
가뜩이나 살림살이 어려운 농민들이 이젠 신문사 살림까지 챙겨줘야 먹고 살 수 있나보다.